2018/07/05 19:35

암호문 과대망상 에세이

2015년을 기점으로 내 인생은 하나의 획이 그어졌다고 생각했다. 2008년 말에 <공각기동대>(1995)로 오시이 마모루를 처음 접하고, 2010년에 코지마 히데오나 이토 케이카쿠에 열광하기 시작한 이래로 주욱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있던 무언가가 시대적으로 끝났던 것이다. 오랜 세월에 걸쳤던 꿈의 기획(웃음)이었던 <가름 워즈>도 드디어 완성되었고,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는 사실상 끝났고, 프로젝트 이토 기획도 좋건 나쁘건 이제 더는 갱신될 일이 없었다. 물론, 그것들은 외부적인 요인이었지만, ‘나’를 구성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했던 것들이었던만큼, 내 안에서도 무언가가 끝났다. 나는 앞으로 어른이나 선배로써 행동해야 겠다는, 그런 다짐을 가졌다. 더 정확히는 갖게 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비유하자면, 그것은 얇은 실선으로 그은 듯한 구획 짓기였다. 그 뒤에 찾아온 것은 2016년 말기에 일어난 일로, 이 구획 짓기는 차라리 갑작스레 찾아온 컴컴한 터널이었다. 숨쉬기조차 어려운 답답한 공기만 계속되었고, 그 속을 기약없이 걸으며 의지는 점점 무더져 갔다. 나는 나의 글을 나의 의지로 쓴다기 보다는, 나를 괴롭히는 어떤 요구들에 의해 쓰여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요구가 어느 순간부터 잘 들리지 않게 되었고 들려도 굼뜬 반응밖에 보이지 못했다. 말은 많아졌지만 소통은 줄어들었다. 이제는 그 말마저 점차로 줄어드는 것 같다. 그게 내가 무뎌졌다는 의미다. 그냥 많은 것을 핑계로 게을러진 듯한 기분도 들고… 고된 일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그 고된 일을 핑계로 하고 있다는 죄책감 또한 떨칠 수가 없었다.


1년 반이나 지나서 겨우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이 터널이 끝나는 것만이 구원이란 생각을 한다. 혹, 독자제현께서는 영어로 구원을 의미하는 Redemption이 “채무상환”이란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아시는가? 빚을 진 상태란 무언가 약속을 한 상태이다. 약속을 한 상태에서는 대등한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약속이 이행될 때까지 어떠한 고통은 꾸준히 감내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빚에서 이자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채무상환”으로 원금을 되돌려주기로 한 “약속”이 이행되면, 모든 것은 대등한 관계로 돌아가고 고통의 연쇄는 끝이 난다.


구원이 찾아오기를 이렇게 간절히 바란 적이 없다. 그러나 그 구원이란 오로지 내가 약속을 이행하는 것만으로 찾아오는 것이란 점에서, 매우 세속적인 것이기도 하다. 어떤 하늘의 뜻에 의해서 내려오는,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신성한 의미에서 구원과는 달리, 이 구원은 구원이 찾아온 뒤의 삶도 걱정해야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내 삶의 선장인 것이다.


암호문 호암문 아하함… 음. 이 구절을 설명하자면, 오래된 민속신앙에 전해져 온, 이름은 이미 잊혀진 신을 부르는 말인데 그 신은 언어의 신이라서 지금까지의 전언을 모두 철회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암호문 호암문 아하함…

암호문 호암문 아하함…


덧글

  • 2018/09/18 15:3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10/01 18:5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10/01 19:1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쿼드러츠 2018/12/12 09:43 # 답글

    뒤늦게 이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터널을 벗어나셨나요? 혹은 벗어나지 않더라도 그 속에서 평안을 얻는 법을 찾으셨나요? 어느쪽이더라도 부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셨으면 합니다.
    저도 2015년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어서 그리고 그 이후에 생각처럼 길을 지나가는 것이 순탄치 않아 아직 헤매고 있어 남일같지 않았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아직 끝이라기 보다는 시작에 가까웠습니다. <유리쿠마 아라시>의 이야기가 저에게 알려준 그 이야기를 남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정이니까요. 아무래도 이 여정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듯 싶습니다. 그저 도착한 장소가 이쿠하라 감독님이 찾은 그곳이라면 좋을 듯 싶습니다.
    저도모르게 제 이야기를 떠들어 버렸습니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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