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2/22 17:01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메모 과대망상 에세이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메모

매크로적인 감상은 파크라이2와 툼레이더(2013)의 행복한 만남이란 느낌. 영향관계는 잘 모르겠는데, 파크라이2의 심리스한 맵에다가, 툼레이더(2013)의 오픈월드에 던젼을 잘게 나눠서 어드벤쳐 게임을 즐기도록 만든 부분이 서로 잘 융합되었다고 생각했음. 그 위에 플레이어 유도, 정보 조절을 해내면서 좋은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함.


현지조달의 심리스 맵— 파크라이2

파크라이2는 얘기하면 긴데… 앞으로 얘기하겠지만 MGSV의 초반부 게임플레이는는 FC2에 매우 가깝고, 그래서 파크라이 3–4보다는 FC2의 시스템적 사상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 FC2의 시스템적 사상이란 뭔가? FC2는 이른바 리얼 지향이었는데, 무슨 소리인고 하니 ‘불편한 요소가 재미로 작동하는’ 게임이었다. 먼저 탄환이 얻기 어렵고, 무기는 금방 고장나며, 체력은 제한적으로만 자동회복되었다. 그렇기에 플레이어는 다양한 종류의 자원들을 현지조달해야 했다. 여기에 ‘리얼한’=’불친절한’ 맵이 더해진다. 게임화면상 퀘스트 마크가 보여지긴커녕 미니맵도 없었으며, 필요한 경우에만 지도를 꺼내 적당한 축적을 확인하면서 가야하는 장소를 확인해야 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마커를 보면서 최단거리를 가기보다는, 미션을 행하게 되는 적의 거점과 거점 사이에 많은 초소들을 보고 스스로 루트를 정해야했다. 초소를 거치지 않고 우회할까, 아니면 초소에서 탄환이나 헬스팩따위를 보급할까, 한다면 어느 초소들을 거쳐가야할까. 그리고 거점들도 대체로 ‘정문’이 하나만 있는 형태가 아니라, 대체로 원형(아레나)에 출입구가 여러개 있었다. 즉, 거점에서 과제를 실행하면 끝나는 게(스테이지 완결) 아니라, 심리스한 전체 맵에서 진입, 과제해결 및 탈출까지도 계획하고 실행하고 작전중에 수정하는 것이 이 게임의 재미였다.


파크라이3–4는 퀘스트 마크나 미니맵의 도입, 무기 내구도 시스템의 제거와 풍부한 자원제공, 거점점령 직후 탈출 시퀀스의 삭제등으로 불편함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대신에 메인 미션의 비중을 좀 더 늘려서 플레이어들의 컨트롤러를 잡아놓았다. 뒤에 다시 말하겠지만 파크라이2는 그런 디자인에 비해 역동성이 부족해 평가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한 MGSV가 시스템적 사상을 이어받았다고 말한 것은 이 탓으로, MGSV도 마킹 등의 시스템이 있고, 후반에 가면 자원이 부유해지지만, 초중반엔 탄환이나 소음기 등은 물론이요 ‘적병’까지도 자원이며 GMP관리에 조금은 신경 써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메인 미션의 수행에 있어서도 목표물을 파괴하거나 탈환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의 탈출까지가 전제된다.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도 마찬가지로, 불러낼 수 있는 맵에는 정보가 거의 없다. 물론 <탑>을 통해 특정 지역을 밝히는 시스템은 있으나, <탑>의 경우에도, 어디에 어떤 지점이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표시되지 않는다. 퀘스트들에 마크는 있으나, 대체로 목적지가 아니라 퀘스트를 수주받은(끝내고 보고해야할) 장소 정도로 제한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파크라이3–4보다는 파크라이2, 혹은 메탈기어 솔리드 V와 더 닮았다고 할 수 있겠다. 마킹에 대해서는 이후의 맵 디자인 문제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서술한다.


이 작품에서 대부분의 무기는 금방 내구도를 잃고 파괴된다. 플레이어는 FC2와 마찬가지로 ‘현지조달’을 요구받는데, 어쨌든 기본 무한대로 주어지는 폭탄만 있으면 적으로부터 무기를 빼앗아 올 수 있다. ‘초소’는 따로 존재하지 않지만, 해골 형태의 집으로 표현되며 적을 전부 해치우면 보물상자를 열 수 있는 ‘거점’이 아레나 형태로 되어있단 점이 유사하며, 대체로 <탑>이나 <사신수>를 거치는 길에 마련되어 있어 ‘초소’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보상으로 얻는 보물이 대체로 무기인 점도 그렇고.


오픈월드 속 작은 모험(어드벤쳐)— 툼레이더(2013)

다만 FC2가 모자란 것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역동성이었다. FC2의 미션은 대단히 반복적으로 느껴졌고, 리얼함을 지향한 탓이지 컷씬도 인상적이지 않았으며, 다이아몬드 정도를 제외하면 유용한 아이템이라고 느낄만한 게 별로 없었다. 또한 비쥬얼적으로도 사막의 붉으튀튀한 색이 반복되어 전체적으로 ‘평면적’이란 감상을 남겼다. 여기에 플레이어들의 ‘할 거리’를 늘린 방법이 툼레이더(2013)적이라고 생각했다.


툼레이더(2013)는 액션 어드벤쳐로 오랫동안 시리즈를 이어왔는데, 그러한 시리즈를 어떻게 오픈월드화할까 생각했으며, 그 결과 플랫폼 파트 + 전투 파트 (액션) + 어드벤쳐 파트를 나눴다고 볼 수 있다. 툼레이더에는 커다란 메인미션도 존재하지만, 그것과 달리 독립적으로 몇몇 비밀무덤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비밀무덤들에서는 유물들을 구할 수 있는데, 이 유물들까지 가기 위한 퍼즐이 어드벤쳐 게임으로써 정체성을 지켰다고 할 수 있겠다. 달리 말하면 커다란 던젼을 만들기보다는, 이를 작은 퍼즐들로 나눠서 맵에 뿌려놓은 셈. 이게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의 사당 시스템과 유사했다. 사당 시스템은 더 많이 분포되어 있으며, 거기에 들어가는 것자체가 퍼즐인 축복의 사당, 일종의 아레나 형식인 힘의 시련이 있는 것이 좀 더 발전된 형태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보면 어새신 크리드도 한 2까지는 이런 ‘던젼’들이 있었는데 말이지. 아쉬워.







다만, 툼레이더도 발판(플랫폼)을 하얗게 칠해놓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거무튀튀한 색감을 지향했으며, 이 때문에 퍼즐이나 비밀무덤을 찾는 것이 쉽진 않았다. 대신 툼레이더는 ‘생존본능’이라고 하는, 어새신 크리드의 <매의 눈>과 같은 특수한 비젼을 제공했는데 문제는 이 때문에 상호작용가능한 오브젝트가 너무 명확하게 들어오는데다가 라라 크로포트의 독백을 통해서 퍼즐에 대한 힌트가 명확히 제시된다는 점이다.


플레이어 유도=레벨디자인 — 야생의 숨결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이 이 두 작품들과 닮아있으면서도 다른 점은, 바로 그러한 <도무지 조절되지 않은 정보량의 맵>을 개선한 것이다. 그러나 툼레이더(2013)처럼 ‘직접적인 해답’보다는 ‘간접적인 힌트’를 주고 싶어했는데, 그러한 결과 맵 디자인 자체가 시인성을 높인 ‘시각적인 큐’들로 가득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표지판은 물론이요, 높거나 거대하기 때문에 시야에 계속해서 들어오는 랜드마크도 잘 활용하고 있으며, 전체적인 채도를 높이는 대신에 특수한 지점(탑, 사당) 등은 주황색으로 빛나게 만들어 눈에 한 번에 들어오게 만든다. 플레이어는 어떤 곳이든 쌍안경으로 바라 본 곳에 마킹을 할 수 있는데, 이 마킹이 다섯 개 정도로만 제한되어 있는 것도 <정보량의 조절>에 꽤 도움이 되는 편이다. 즉, 주목하고 싶은 것을 주목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이 뛰어나다는 얘기다.





플레이어 유도는 전체 진행에서도 작동한다. 자유도를 많이들 얘기하는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자유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라 마을 -> 리토 마을 -> 겔드 마을 -> 고론 마을 -> 하이랄 성” 순서로 진행했을 것이다. 뒤의 두 마을에는 상태이상의 디버프가 강하며, 고론 마을의 경우에는 구하기 쉽지만 약한 목제무기들은 금방 타버리기 때문이다(반대로, 조라 마을은 강한 무기인 철제 무기를 갖고 있으면 번개로 패널티를 받기 때문에 초심자에게 접근성이 좋다.). 다시 말하면 충분한 요리나 장비를 갖추거나, 아니면 어느 정도 체력을 많이 업그레이드해서 강행돌파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앞의 두 마을의 경우에는 상태 이상의 문제는 거의 받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대체로 “조라 마을 -> 리토 마을” 순서로 진행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메인 퀘스트로 들르게 되는 <카카리코 마을>에서 처음 <사신수> 퀘스트를 받게 되며, 이 <카카리코 마을>에서 가까운 게 조라 마을이기 때문이다.


탈것인 말과 그것을 관리해주는 마구간 시스템도 맵의 이러한 디자인과 관련이 깊다. DLC에서 말을 순간이동시켜주는 도구를 얻지 못한다면 ‘마구간’에 말을 등록을 할 필요가 있다. 물론 마구간에 등록하지 않아도 말을 탈 수는 있다. 그러나 말들은 너무 멀어지면 플레이어를 쫓아오지 못하고, 때때로 쫓아올 수 없는 지역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에 한 번 마구간에 등록해놓으면 다른 마구간에서도 자유롭게 불러올 수 있게 된다(즉, 마구간a에서 말을 등록하면 말이 어디를 헤메이든 마구간b,c,d에서도 자유롭게 불러올 수 있다). 마구간으로 이동하기 편하라고 주변에 사당도 배치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마구간의 가치는 높아진다. 플레이어들은 탑에서 맵을 밝힌 뒤에 마냥 헤메이기보다는, 바로 그 가치가 높은 마구간부터 찾게 된다.






맵의 시각적인 부분은 물론, 구조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플레이어가<평면적>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즉 질리지 않게 만든 것은 단지 정보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정보량을 조절하는 것의 문제, 출판물에서 말하자면 편집이요 게임에서 말하자면 레벨디자인의 문제인 셈이다.


내러티브(‘이야기하기’)에서도 좀 재밌다고 느꼈는데, 사실 ‘자유도가 높아요!’라고 말하는 분들은 실제론 내러티브가 자유로운 게임플레이 안에서도 성립하는 부분을 칭찬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플레이어를 유도한다고 해서 플레이어의 손을 묶어놓고 있진 않고 있는데, 이는 다시 말해서 플롯이 일반적인 형태로 구성이 되어 있진 않다는 것이다. 초반 <시작의 대지>와 <가논토벌> 정도를 제외하면 플레이어는 초반부터 무리해서 고론 족의 마을로 향할 수도 있고, 애초에 고론 족의 마을로 향하지 않고 바로 하이랄 성으로 갈 수도 있다. 그러한 ‘내러티브’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는 성립한다. 아마 ‘처음부터 마왕성을 가도 좋아요!’라고 하는 분들은 그 부분을 칭찬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뭐 그 정도. 뭐, 고전 게임들은 잘 모르겠고 폴아웃 : 뉴베가스 등만 봐도 비슷한 형태로 디자인이 되어있긴 하지만.


창발성이니 시스템 지향 게임이니 하는 부분은 많은 사람들이 얘기했으니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 뭐, 그것도 사실은 레벨 디자인의 문제로, 아무리 ‘일관적으로 물이 있는 곳에서는 얼음벽을 세울 수 있다’고 해도, 주변에 물이 없거나 물에서 얼음벽을 세워도 별 이득이 없거나 하면 무의미한 기믹이 될 뿐. 물 속에 일부러 보물상자를 빠트려놓는다거나, 폭포를 얼음벽으로 올라갈 수 있게 만든 건 그런 탓이겠지.


기타등등

근접전은 충분히 재밌었다. 시리즈 대대로 ‘튕겨내기’가 ‘용기’의 상징이니 어쩌니 했으니, 패링이나 회피로 강력한 일격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진화 방향이었겠지. 스텔스는좀 엉성하지만 거점점령을 즐기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스텔스 미션 자체는 그런 엉성한 시스템 탓에 스트레스만 받았다.


엔딩은 좀 황당하게 봤는데, 사신수를 다 클리어한 뒤에 DLC나 좀 하려다가 그냥… 하이랄 성을 뒤에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점프했다가 그대로 엔딩까지가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장비니 요리니 하는 것들을 준비를 못했는데, 요리하긴 애매하고 이가단이 죽을 때마다 뿌려대서 왕창 남아있는 칼날 바나나만 계속 먹어가면서 싸웠다. 아무래도 앞으로 하이랄에서는 이 칼날 바나나가 ‘용사 바나나’란 이름으로 마케팅되어 바가지 가격으로 팔릴 것 같다…


사당 시스템은 전체 맵에 역동성을 부여한단 부분도 있지만, 아무래도 스위치의 상성과도 관련이 있으리라 추측된다. 휴대용으로도 해봤는데, 역시 거대한 사신수 미션이나 사당 탐색은 좀 힘들고, 이미 찾아진 사당 중에 시련을 클리어 하지 않은 곳에 찾아가 간단한 퍼즐 풀이를 하는 게 재밌는 편. 고전 젤다 팬들은 ‘거대한 던젼’은 없어져서 아쉽다고 하는데… 뭐 난 이게 첫 젤다라크게 불만은 없었음.


반대로 시커스톤은 별로 스위치용 기믹이란 생각은 안 들었음. 카메라의 존재라던가, 마커를 ‘핀’이라고 표기한다거나, 그런 걸 보면 스위치보다는 본래 WiiU용 기믹이었던 것 같다. 시커스톤에서 타임락이나 얼음벽 세우기가 있는 걸 보면 원래는 wiiU서브스크린으로 뭐 터치하고 그런 형태 아니었을까?


DLC에 마스터 소드 단련은 어렵긴 한데, 확실히 하이랄 성 가기 전에 해두면 도움이 될 듯? 일종의 챌린지/아레나 모드라서, 단순하게 근접전투(패링과 회피)만 하던 사람들이 여러가지 기믹을 사용하도록 되어있다. 이걸하고나서 전투기량이 확 늘었던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다만 층마다는 안 되도 중간 점검하는 6층? 에서 중간세이브 정도는 가능하게 해줬으면 좋겠어… 20몇층짜리 던젼을 처음부터 다시 하려고 해봐야 스트레스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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