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03 09:37

트위터를 그만두었다 과대망상 에세이

로그를 보니 날짜도 절묘하게 4월의 말일이란다. 그 이전까지도 트위터를 끊겠다 끊겠다 입에 달고 다녔으나, 그 때의 목적은 어떤 생산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를 제한하기 위함이었다. 즉, 중독의 방지였다.


트위터는 중독적이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정보가 끊임없이 갱신되며, 잘 짜여진 타임라인은 다양성도 보장하며, 그 다양한 사람들이 글타래에 빠른 피드백을 가져다 준다. 끊임없이 상호작용할 수 있는 매체인 셈이다. 하지만 바로 그 탓에 단문에서 비롯한 단정적인 어조라던가, 여러 문화(계층)의 무차별한 혼합, 조리돌림과 배타적 태도 등 구조에서 비롯한 단점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트위터를 그만둔 것은 그럼 식의 논쟁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은 아니다. 그런 이유였다면 예전에 그만뒀어야 한다. 게다가 대화에서 빠지지않는 것이 논쟁이요, 논쟁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흥미진진한 스펙터클이다. 그보단 어떤 특정한 문화적 조건에서 비롯한다.


이는 트위터의 딱히 특정한 부류를 나타내는 것조차 아니다. 애니프사건 명예게이건 팝콘충이건 혹은 뉴욕 게이 지식인 오타쿠시건 간에, 이들이 논쟁하는 방식은 최종적으로 사안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위계 세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리고 그 위계는 누가누가 더 피해자인가를 따짐으로써 주어진다. 즉, 스스로가 얼마나 피해자인지를 강조하며, 그 가해자가 얼마나 ‘미개’한지를 설득하는 게임이다.


뜬금없지만 나는 한남충이란 개념이 (결국은 갓양남과 한 쌍일 수밖에 없단 점을 제외하면)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교육받은 계층임에도 불구하고 생활에서는 여전히 가부장적인 태도를 고수하는 이중적/모순적 태도를 잘 드러내는 말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왕왕 그렇지 않은 계층에게 향하는 경우들을 보게 된다.


내가 트위터를 그만두게 된 트리거인 농촌 문제도 그러했다. 분명 농촌에서 행해지는 열악한 여성인권의 상황에는 마땅히 개선이 필요하겠다. 그러나 농촌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현실과 계층들, 그리고 이를 가능케하는 조건의 문제인 교통이나 교육의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고 악마화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태도다. 그리고 대도시의 대학출신자가 많기 때문에 그러한 관점에서 서술하는 것이 당연하단 식의 언급은, 자신이 한 사건의 잠재적 피해자란 사실을 앞세워 다른 사건의 간접적 가해자임을 은폐시키는 기만이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계몽의 의지조차 상실한, 비교육 계층에 대한 혐오가 깔려있다.


어떤 이는 그렇게 되도록 (논쟁이 스펙터클이라 하지 않았던가) 타임라인을 구성한 자기자신에게 있을 것이다고 일축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이 트윗과 글타래를 보게 된 것은 트위터 공앱이 “다른 사람이 마음에 든(별찍한) 트윗”을 보여주었기 때문이었다. 트위터는 담론적 역할을 하고 싶은지 그런 식으로 자꾸 남의 타임라인의 요소들을 나에게 노출시키려고 하는데, 그것들이 높은 확률로 아까 말한 설득게임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게임에 끼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선 나는 타임라인 바깥의 정보까지 사용자에게 밀어넣으려는 트위터 그 자체를 그만두는 수밖에 없었다.


영화를 봤던 일, 영화를 봤던 걸 말하는 일, 영화를 보는 일, 영화를 보는 걸 말하는 일은 그 어떤 상관도 없다 – 토킹헤드


물론, 이처럼 말할 수도 있겠다. 트위터란 장소에서 떨어져 트위터에 대한 얘기하는 것은, 그렇기에 이야기했던 것을 이야기하는 일이다. 그것은 트위터에서 실제로 이야기하는 일과는 관계가 없다. 그 점이 못내 아쉽긴 하나, 내 정신건강을 위해 스스로 차벽을 놓는 수밖엔 없었다. 그래서 난 트위터를 그만두었다.


덧글

  • 이등계획 2016/05/07 16:02 # 삭제 답글

    하모니의 세카이에...
  • 인레 2016/06/11 04:51 # 삭제 답글

    이런. 유리쿠마 아라시에 대한 감상이 인상 깊었기에, 트위터를 팔로하고 늅실러라는 분에 대해 차차 알아가고 싶었는데 아쉽군요. 저와는 다른 생각들이 눈에 띄기도 하고, 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트위터라는 마굴에서 벗어난 것에는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 늅실러 2016/06/11 23:46 #

    현실 : 매일 휴일출근 하고 있습니다 ... 끊고 싶어요 ... 트위터는 내게 폭력을 휘두르고 저는 트위터가 절 떠나갈까 두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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