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03 22:31

오시이 마모루 "렌즈의 선택"

오시이 마모루, <패트레이버 2 the movie> 연출 노트 Methods, 140 쪽에서 발췌
(강조는 인용자)




렌즈의 선택

애니메의 레이아웃은, 화각이나 깊이(퍼스펙티브), 광원의 설정 등 몇 개의 요소에 의해 구성됩니다만, "렌즈의 선택" 또한 최종적인 화면을 구상할 때 중요한 요소입니다.

와일드 렌즈 특유의 화각의 넓이, 화면의 일그러짐이나 깊이감의 과장, 혹은 장초점 렌즈 특유의 "나타나기"나 포커스 심도 등 -- 렌즈가 갖는 광확적 특성을 작화에 의해 실현시키는 수법은, 촬영의 기법인 "단 멀티"와 같이 실사의 영상감각을 애니메에 가지고 와서 프레임 바깥의 투사광이나 렌즈의 고스트 등 여러가지 연출을 시험하는 연장선이 됩니다. 

애니메에서 실사영상을 재현하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걸 생각할 때, 실은 그대로 애니메 영상의 "근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간결하게 말하자면, 정통한 <애니메이션>으로부터 파생한 극영화로써 <아니메>의 영상은, 그 연출적 기준을 화면(絵面, 그림)이 아니라 오히려 실사 영상의 기억에 의존하고 있으며, 또한 (이게 중요합니다만) 실사 영상 그 자체 또한 원리적으론 렌즈란 물리적(광학적) 특성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므로 절대로 미학적인 개념이나 규범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인간의 뇌를 매개하고, 화폭과 이미지를 직결시켜보이는 그림과의 결정적인 차이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충 보면, 애니메이터가 원・동화를 작화하는 모습은, 그림의 제작과정과 매우 닮아있으며 작화 작업의 시점에서는 같은 구조가 존재합니다만, 그 본질은 크게 차이가 납니다. 

애니메의 작화는 무엇보다도 우선 "공정"(프로세스)이며, 그것 자체로 완결되지 않습니다.

애니메의 제작과정은 최종단계에서부터 역산하여, 필요로 하는 요소를 쌓아나가는 프로세스로 이해해야 하며, 개별 작업의 현장에서 실감(직감)되는 "본질"은 말하자면 그 국면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정통한 애니메이션"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지만 "광의의 영화로써 애니메이션", 더욱이 "특수한 극영화의 형식으로써 <아니메>"라는 경우에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현재의 애니메는 작화는 물론이며, CG나 비디오 워크 등 여러 영상의 기술을 구사하여 제작되고 있으며, 이 경향은 과거에 영화가 음성이나 색채를 도입한 역사와 마찬가지로, 절대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능한 기술은 그것이 무엇이든 반드시 도입하여, 인간의 뇌리에 깃든 영상은 전부 실현시킨다"는 것이 영화의 본질이며, 영화의 욕망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계적으로도 비슷함을 볼 수 없는 "특수한 극영화의 형식인 일본의 아니메"는 제한된 제작환경 안에서 그 욕망을 실천하고 있으며, 그러한 한에서, 현재의 영화 경향의 첨단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욕망" 그 자체의 시비에 대해서는 -- 그건 여기서는 다 말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만, 연출가(감독)이 생각해야 할 최종적인 화제임이 분명합니다.





(같은 책, 141p.)

cut 133.

본넷 위에서 잡는 카메라는, 이 또한 실사영상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임의로 골라진 카메라 위치는, 그것이 누구도 본적 없는 화각이라면 그것만으로 작화가 곤란해지며 실현된 영상도 당연 불안해집니다

본래는 카메라 포지션이 자유자재인 아니메입니다만, 실사영상의 기억에 의존한다는 원칙에서 보면, 실은 의외로 자유롭지 않다는 좋은 예입니다. 이동감을 내기 위해 슬라이딩하는 배경(book)은, 본래라면 차체와 마찬가지로 와이드렌즈의 간섭을 받아 일그러지지만 원경이기에 노말하게 작화했습니다. 그렇다기보단, 오히려 구도상에서 근경에 들어가지 않도록 배려했다고 생각해주십시오.

덧글

  • giantroot 2015/10/17 03:22 # 삭제 답글

    영화에서도 화면을 아예 "납작하게" 연출하는 연출가도 있죠. 그러니깐 전경과 후경을 아예 배재해버리는 연출하는 방식의 미장센을 짜는 사람들을 일컫는데 그 점에서 오시이는 영화를 볼때마다 화면 깊이에 대한 고민을 엄청 했구나라는게 느껴지는 글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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