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04 10:23

페이트 제로의 모순 과대망상 에세이

페이트 제로에서 에미야 키리츠구를 설명할 때 보면 "뇌와 손가락이 분리되어 있는 몇 안되는 인간", 그러니까 Born to be a killer 인 인간이란 설명이 나온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설명의 원전이라고 해야하나, 이 설명과 가장 가까운 서적인 데이브 그로즈먼의 <살인의 심리학>에서 등장하는 2%의 "살인의 저항감이 없는 공격적 정신질환자(사이코패스)"에 대한 설명은 에미야 키리츠구와 모순된다.

에미야 키리츠구가 계속해서 자신이 죽인 생명에 대해서 고뇌하면서, 살해 -> 고양감 -> 자책 -> 자기합리화 와 같은 과정을 거치는 반면 이 2%의 "살인의 저항감이 없는 공격적 정신질환자"는 고양감 단계에서 멈추는 것, 그러니까 애초부터 자신의 행위에 대한 그 어떤 자책이나 죄책감도 지니지 않는 것으로 묘사된다. 따라서 살인을 행하는 단계에서 저항감이 없을 뿐더러, 살인을 행한 뒤에 느끼는 부정적 피드백이나 고통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합리화를 하기 위해서 키리츠구와 같은 노력을 들일 필요도 없다.

심지어 에미야 키리츠구가 아버지를 죽이는 장면도 마찬가지인데, <살인의 심리학>의 설명에 따르면 인간이 문화적, 물리적 거리를 획득했을 때, 그리고 집단적인 행동을 할 때라는 조건이 붙으면 그 어떤 인간이라도 살인이 가능해진다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간단히 말해서 소설판의 묘사에선 키리츠구는 아버지가 "인간임을 부정하고" "등 뒤에서" "총으로" 쏘는 등 충분히 그 "살인의 조건"이 붙은 상태다. 즉, "2%의 사이코패스"의 상황이 아니라, "평범한 인간이라도 조건이 붙으면 인간은 인간을 죽일 수 있다"는 상황이다.

이것은 나탈리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먼 거리에서" "미사일이란 기계력을 개입시켜서" 비행기를 날려버린 것은 분명히 살인의 저항감에 대한 허들을 낮추어주는 케이스다. 

가능성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단순히 작가인 우로부치 겐 씨가 이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몰랐다는 거고, 두 번 째는 알면서도 비틀어놨다는 것. 작중에 나탈리아가 '잘못 알고' 키리츠구에게 설명을 해주었다고 한다면, 키리츠구가 살인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자신을 그러한 존재라고 열심히 자기암시를 걸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살인의 저항감을 느끼지 않는 기계인간임에도 불구하고 도덕을 택한 엔딩의 의미가 좀 달라지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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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 공격적 정신질환자 (사이코패스) 라는 부분에서 걸리는 분들이 좀 있는 것 같습니다만, 적어도 데이브 그로즈먼의 정의에 따르면 "눈 앞에 양아치가 내 앞에 칼을 휘두를 때 살인을 하는 것"과 "15분 동안 뛰어서 학교 가기"를 동급에 놓는 자들을 이렇게 이릅니다. 즉 2%만이 눈 앞에서 양아치가 칼을 휘둘러도 살인을 주저없이 저지를 수있고, 나머지 98%는 (어떤 종류의 훈련이나, 조건이 따라오지 않고서는) 고의적인 살인까지는 망설인다는 이야기지요. 2%나 98%에 대한 이야기는 정확한 수치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덧글

  • 코로로 2014/07/04 11:44 # 답글

    그 책도 그런 학설의 일부이기 때문에 확실한게 아닙니다.

    선천적 사이코패스만이 존재하는지, 어떤 후천적 원인이 있는지는 아직 연구중임.

    애초에 사이코패스 관련 책은 연구 자체가 비교적 새로운 경지이기 때문에 불확실한게 많습니다

    해봤자 사이코패스로 알려진 범죄자의 수기나 프로파일링 정도가 신빙성 있고요
  • 코로로 2014/07/04 11:48 #

    특히 연구 논문이 아닌 "살인의 심리학"같은 교양서는 그 책의 주제에 맞춰 쓰여지는 교양서이기 때문에 책 내용을 전부 신뢰하는건 피하는게 좋습니다. 얼마든지 뒤집힐수 있거든요.

    우로부치의 건은,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사이코패스 이론을 자기 소설에 문학적으로 차용한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전문 지식을 통했다기 보단 문학적 이용이니 은유적인 경지로 해석하는게 맞다 봅니다

    깊이 생각하기 보다는요
  • 늅실러 2014/07/04 12:11 #

    일단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말씀하신 이유들 때문에 저 역시도 "정설"인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설명과 가장 가까운 서적"이란 식의 완곡한 표현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 미니 2014/07/04 11:44 # 답글

    샤레이가 아버지 사도화 약 건드렸다가 사도화 - 신부님에게 키리츠구가 상담 - 좀비 아포칼립스 - 대행자 & 마술협회 와쪄요 뿌우 - 마을 소각 &본인도 구울들에게 죽을뻔함

    이런 상황인건 감안해야;;
  • 늅실러 2014/07/04 12:12 #

    그렇기 때문에 키리츠구가 자신을 살인기계로 지칭하는 부분은 이 책에 따르면 모순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 비로그인 2014/07/04 11:48 # 삭제 답글

    키리츠구가 사이코패스라는 직접적인 언급이 있던가요?
    "뇌와 손가락이 분리되어 있는 몇 안되는 인간"이라는 구절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사이코패스를 지칭한다고 보기 힘들지 않을까요.  페이트 제로에서 묘사되는 키리츠구는 저항감을 느끼면서도 대의를 위한다는 명분 아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인간이죠.
  • 실피리트 2014/07/04 12:02 # 답글

    개인적으로는 '살인에 대한 저항감이 없다 ≠ 뇌와 손가락이 분리되어 있다'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뇌와 손가락이 분리되어 있다는 문장에서 드는 생각은 '머리로는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행동에 옮기면 절대로 주저하지 않는 타입'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반드시 살인에 대한 저항감이 없다고만 볼 수 없지 않나 싶어요. 윗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고뇌는 하더라도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 변명하며 해치우는 타입과, 아무런 고뇌도 없이 그냥 무덤덤하게 해치우는 타입은 다르지 않을까요.
  • 늅실러 2014/07/04 12:13 #

    글쎄요, 키리츠구 본인 스스로를 살인 기계나 '총'처럼 묘사하는 면은 있지 않던가요?
  • 실피리트 2014/07/04 13:26 #

    아무래도 읽는 사람의 관점의 차이가 되는 것 같네요. 저는 거기서 그런 식으로 자기최면을 걸어서 죄책감을 누그러트리려는 것으로 봤거든요. 비약이 심한 것 같기도 합니다만.

    아, 그러고보니 이번에 1~6권 박스세트도 정식발간 한다더군요.(...)
  • 늅실러 2014/07/04 13:28 #

    음, 그 점은 포스트에서도 지적하곤 있습니다.

    "작중에 나탈리아가 '잘못 알고' 키리츠구에게 설명을 해주었다고 한다면, 키리츠구가 살인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자신을 그러한 존재라고 열심히 자기암시를 걸었을 가능성이 있다."
  • 의지있는 크릴새우 2014/07/04 13:49 # 답글

    키리츠구는 평생에 걸쳐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선택해온 사람인데 종국에는 환영이라고는 하나 자신을 살인기계에서 인간으로 되돌려준 아내와 딸마저 죽여버리니까요.

    키리츠구에 한해서 뇌와 손가락이 분리된 인간이라는 통찰은 목적이 확고하면 심리적 장벽을 뛰어넘어 친부도, 양모도, 아내도 죽일 수 있는 인간이란 뜻이지 그런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유형의 사람이라고 보기엔 어폐가...
  • 늅실러 2014/07/04 14:05 #

    뇌와 손가락이 분리된 인간이란 '키리츠구에 한해서' 가리키는 말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 부류의 인간들 중 하나로 놓았을 뿐이죠. 키리츠구 스스로도 자신을 총이나 기계, 천칭 등의 사물로 묘사하는 부분 같은 게 있고... 그럴싸한 설명을 붙이자면 바로 위의 댓글에서도 말했듯이

    "작중에 나탈리아가 '잘못 알고' 키리츠구에게 설명을 해주었다고 한다면, 키리츠구가 살인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자신을 그러한 존재라고 열심히 자기암시를 걸었을 가능성이 있다."

    라고 할 수 있겠지 싶습니다.
  • 의지있는 크릴새우 2014/07/04 15:37 #

    글쎄요 살인의 요건이 충족된 상태에서의 친부 살해나 나탈리아 살해는 키리츠구 특유의 암살자로서의 합리성에 기초한 것에 불과하고, 마땅한 간접적 살해 수단이 없다면 직접적인 물리력을 행사해서라도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선택하는 사람이란 건 성배를 파괴할 때 여실히 드러나지 않습니까?

    실제로 아버지와 대모와 아내와 딸을 죽인 사람인데 선택의 보편성을 기계적으로 들이대기도 좀 그렇구요.
  • 의지있는 크릴새우 2014/07/04 14:21 #

    우로부치가 차용한 원전이 사람을 죽이는데 심리적 장벽이 없는 싸이코패스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었다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페이트/제로에서, 나탈리아가 제시한 뇌와 손가락이 분리되어 있는 사람이란 카테고리는 이상을 위해 킬러가 될 수 있느냐 아니냐니까요.

    키리츠구는 나탈리아와는 공감할 수 있어도 우류 류노스케와 공감할 수는 없을 겁니다.
  • 늅실러 2014/07/04 14:21 #

    키리츠구에 한해서 딱히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철인적 의지를 가진 자란 말이 틀렸단 게 아니라, 소설 내에서 '뇌와 손가락이 분리된...'의 용법의 문제니까요. 음, 그리고 적어도 <살인의 심리학>에선 그 암살자적 합리성이 살인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원거리에서 공격이나 배후에서 공격은 당연하지만 적의 반항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이죠. 그리고 그게 심리적인 원인에도 강하게 작용한다는 게 이 책의 방향성이니까요.
  • 늅실러 2014/07/04 14:32 #

    공감하느냐 아니냐, 도덕적인 이상을 갖느냐 아니냐는 별로 상관없는 얘기죠.

    결국은 우류 류노스케도 '뇌와 손가락을...' 부류에 들어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간다고 해서 완전히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요. 이것도 <살인의 심리학>의 인용입니다만, 당연하지만 그런 '2%의 정신질환자' 중에서도 무자비한 학살이 아니라 일반인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그룹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굳이 2%의 정신질환자(사이코패스)에서 시작한 것은 그러한 인간임에도 도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보편적인 인간상과 동일했을 뿐이라면 엔딩의 의미는 전혀 달라졌겠죠. 마지막 문장은 그런 의미입니다.
  • 늅실러 2014/07/04 14:33 #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 대부분의 양, 즉 미국 시민은 계속 이런 생각을 했다.

    "저 비행기에 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한편 양치기 개, 즉 전사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제길, 내가 저 비행기에 탔었으면 어떻게든 되었을 지도 모르는데"

    -- 데이브 그로즈먼 <전투의 심리학>

    ---

    물론, 이 데이브 그로즈먼은 위의 코로로님이 언급했던 것처럼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텍스트는 아닙니다. 특히나 이 양치기 개 부분은 워낙 군사력에 대한 자기합리화나 변명처럼 보이기 때문에 (데이브 그로즈먼은 군인 출신입니다) 저도 좀 의심스럽긴 합니다.

    그래도 이에 근거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자면 딱히 양치기 개(이상을 갖는 철인)가 2%의 정신질환자가 아니란 얘기는 아닙니다. 2%의 정신질환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양치기 개가 있을 수 있단 거고... 즉, 키리츠구는 전개나 묘사를 보면 양치기 개는 커녕 2% 정신질환자도 아니지 않는가하는 걸 들었을 뿐입니다.
  • 의지있는 크릴새우 2014/07/04 14:57 #

    나탈리아의 손가락과 뇌 이론은 그 사람이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인간인가 아니냐도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고 봅니다.

    우류 류노스케처럼 살인 그 자체를 즐거움으로 승화시킨 유형의 인간이라면, 쾌락을 추구하는 동물적 본능에 충실하면 그만이기에 사람을 죽이는 각오를 다질 필요도 자신의 행위에 회의감을 품을 이유도 없겠죠.

    한편 나탈리아는 키리츠구를 날 때부터 이상을 위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각오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 평했는데, 동시에 그것은 어떤 종류의 저주라고도 말했죠. 그 말은 이상을 위한 살인이란 명분으로 목적을 합리화는 시킬 수 있어도, 죄의식을 완전히 떨쳐낼 수없는 인간이란 뜻일겁니다.

    그 차이가 류노스케와 키리츠구가 같은 2%의 인간일수가 없는 이유인 거고요.
  • 늅실러 2014/07/04 15:08 #

    뇌-손가락 해석에 대해서는 저는 충분히 양치기 개에서 설명했다고 생각하여 패스하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양치기 개로 바꾸면 크게 다를 것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다른 분들하고 이야기하면서 의아한 점이, 모두 다 키리츠구는 '공격적 정신질환자'가 아니다라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저도 마찬가지로 '키리츠구가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을 뿐 공격적 정신질환자는 아니란 가능성을 얘기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끊임없이 자기자신을 이상을 위해서 억지로 밀어넣는다는 점에서 '초인적 의지'나 '이상'의 소유자인 점은 부정되지 않고요. 다만, 처음부터 살인에서 저항감이 없는 존재란 의미에선 미달이란 얘기죠. 굳이 뒷 부분을 강조하시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 의지있는 크릴새우 2014/07/04 16:08 #

    우류 류노스케는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만 살인을 합니다.
    굳이 구분하자면 뇌와 손가락의 방향성이 일치하는 인간이겠죠.

    에미야 키리츠구는 이상을 위해서 살인을 합니다.

    궁극적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선택이라는 판단이 서면 몇번이고 반복해서 죄의식과 오명을 감수하고 피붙이도 죽이는 인간이기에 뇌와 손가락을 의식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평가가 내려진 것이지, 살인에 대해서 전혀 저항이 없는 인간이라 뇌와 손가락을 분리시킬 수 있는 인간으로 범주화가 된 게 아닐 겁니다.
  • 늅실러 2014/07/04 16:52 #

    9.11 테러가 일어났을 때, 대부분의 양, 즉 미국 시민은 계속 이런 생각을 했다.

    "저 비행기에 타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한편 양치기 개, 즉 전사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제길, 내가 저 비행기에 탔었으면 어떻게든 되었을 지도 모르는데"

    --

    이런 사람들이 과연 어떤 위험이나 비난도 감수하지 않을까요? 자기 자신의 이상을 정했다면 충분히 움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이 사람들이라고 해도 세간의 도덕적 가치관을 넘었다는 자각이나 죄책감은 있을 수 있겠죠.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살인을 저질렀다"에 대한 근본적인 죄책감은 아닐 것입니다.

    이 얘기는 그러니까, 이상을 위해서 적과 싸우는 영웅이나 전사 등도 마찬가지로 2% 사이코패스에 포함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싸이코패스적인 영웅이나 전사에 키리츠구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키리츠구가 영웅상이 아니란 것은 아니고요.)

    결국은 '뇌-손가락' 문구가 무엇이냐는 것이지만, 제가 보기엔 지나치게 비약적인 해석이라고 봅니다. 거기서 가리키는 건 말 그대로 '평소의 생각'(=뇌)과 '본능'(=손가락)이 다르단 얘기라고 보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세간의 윤리도덕이나 가치관과, 본인이 할 수 있는 능력이 다르다고 봐야죠. 그렇기 때문에 사이코패스나, 굳이 말하면 그 범위에 들어가는 양치기 개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사이코패스는 이미 우로부치 겐이 <팬텀>에서 한 번 써먹은 바 있지 않습니까? <팬텀>의 주인공이 무조건 닥치는 데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귀는 아니였죠. 필요하면 죽였을 뿐이고, 그 필요가 '이상(理想)'이냐 아니냐는 사이코패스냐 아니냐하곤 아무런 관계가 없단 겁니다.
  • 늅실러 2014/07/04 17:06 #

    마침 찾아봤습니다만,


    "『손가락 끝을, 마음과 분리한 채로 움직인다고 하는 건 말야 ... 대개의 킬러가, 몇 년을 걸려서 몸에 익히는 각오다. 꼬맹이는 그것을 최초부터 가지고 있었지. 말도 안되는 자질이라고』

    "……"

    『그래도 말야, 소질에 따라 생업을 고른다고 하는 것이, 반드시 행복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
    재능이라는 건 말이다, 어느 일선을 넘어버리면, 그 녀석의 의지나 감정 같은 것과 상관없이 인생의 행로를 결정해버리지. 인간이 그쯤가면 완전 끝이라고.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생각하지 않고,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만으로 움직이게 되어버리면 말이다……


    그런건 단순한 기계, 단순한 현상(現象)이다.

    인간의 삶과는 동떨어진 거지』"

    여기엔 이상도 없고, 저주에 대해서도 인간의 삶이 아니라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이는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재능에 대한 언급입니다)에 의해 기계가 되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킬러 역시도 '이상'과는 관계 없지 않겠습니까? 무수히 많은 '훈련을 통해' 살인에 대한 저항감을 줄인 킬러들의 얘기겠지요.
  • 의지있는 크릴새우 2014/07/04 17:41 #

    왜 키리츠구란 인간은 뇌와 손가락을 분리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동력을 찾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리고 바로 그 키리츠구 개인적인 기원은 스스로의 이상-대를 위한 소의 희생을 통해 얻는 평화-에 있는 거구요.

    또한 나탈리아 역시 키리츠구와 동류의 인간입니다. 마술협회의 청부사로 일하고 있다는 건, 마술협회가 믿는 균형을 지키기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이념에 얼마간은 찬동하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요.

    청부사로서의 전투기술과 생존방법을 전수해준 것 역시 키리츠구에게서 사상적인 공감을 했기 때문일거고요. 나아가서 그 세계관 내에서 킬러나 집행자가 사람을 죽이는 각오를 다져야 하는 요인 중 하나로는 피로써 세상을 정화하는 수호자의 신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시당초 우로부치는 에미야 키리츠구를 싸이코패스로 그리기 위해 뇌와 손가락을 분리할 수 있는 인간으로 비유한 것이 아니다." "이상과 합리가 지배하는 이성과 도덕이나 연민이 지배하는 감성이 충돌했을 때 이성에 손을 들어주는 인간인가 아니냐를 말한다" "적어도 페이트/제로 내에서의 싸이코패스는 뇌와 손가락의 방향성이 일치하면 일치했지 키리츠구처럼 의식적으로 분리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러니 키리츠구는 싸이코패스가 아닌 것이 당연하다"로 갈무리할 수 있겠군요.
  • 늅실러 2014/07/04 18:13 #

    글쎄요, 전부 텍스트를 넘어서는 비약적인 해석이란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킬러'(코로시야)들이 위험하지 않은 부류만 가리킬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각오'라는 것을 '이상'과 동일시 하는 부분도 역시 마찬가지고요. 돈을 위해서든 복수를 위해서든 뭐든 사람을 죽일 각오를 하는 것이 반드시 이상과 합치할 필요는 없습니다. 설령 그들이 하는 일이 청부사여도 말입니다. 청부사가 아닌 킬러도, 그리고 그들이 하는 각오도 모두 다르지만, 살인자로써 각오인 것은 같지요. 그리고 계속해서 고뇌하며 살인하는 것을, "처음부터" 그런 재능을 갖고 태어났다고 묘사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하지 않겠습니까?

    나탈리아가 책임을 진 것도, 키리츠구의 가능성을 (아버지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부채감이지 사상이나 이념을 같이 하는 동지라는 느낌은 적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가리칠 수 있던 것이 그러한 삶이라서 그렇게 가르쳤을 뿐이라고도 하고요. 그 말에서 보면 재능의 무서움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그럴 능력이 있었다면, 다른 삶을 가르치는 방법도 있었겠죠. 그것은 '사상'이나 '이념'을 위한 투쟁과는 동떨어진 사고관 같습니다만.

    주제, 상황묘사에 맞추어 선언(설정)을 바꿔 읽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게 페이트 제로의 주제이나 상황 묘사라면 납득할 수 있지만, 문제가 되는 구절은 이와 관련이 없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순이라고 주장하는 것이고요.)
  • 의지있는 크릴새우 2014/07/04 18:32 #

    키리츠구가 부친살해를 통해 청부사로서의 재능을 나타낸 것은 아버지의 연구가 섬사람들의 피를 기틀로 한 금단의 연구였기 때문이죠. 즉 그 순간 그는 인륜과 아버지의 연구가 초래할 위험성을 저울질 하여 부자의 정이 아니라 소를 죽여 얻는 대의 안녕을 택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나탈리아는 마술협회의 의뢰에 따라 세상의 균형을 어지럽힌다고 판단되는 대상을 제거합니다. 두사람 사이의 사상적 교감이 텍스트를 넘어선 과도한 해석이라면, 키리츠구가 자신도 타깃과 같이 제거하는 선택을 하리란걸 내다보고 죽는 순간에 미소짓는 tv판의 어레인지도 없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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