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23 23:07

아베 나나란 캐릭터 - 로켓과 같은 캐릭터 과대망상 에세이

무엇이 좋은 캐릭터인가, 여러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캐릭터란 드라마를 움직이는 동력이나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캐릭터 그 자체만으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심하게 말하면 캐릭터는 어떤 상황이나 다른 캐릭터와 만나서 갈등을 겪거나 협동하여 어떤 결과물을 내놓는 그 과정, 그 흐름 그 자체인 드라마를 만들어내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그러나, 좋은 드라마를 만드는 데에는 좋은 캐릭터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좋은 캐릭터는 재미있는 욕망을 갖고 있다. 그것이 장애물에 부딪쳐 갈등을 만들고 극복이나 좌절을 만들어내면서 드라마를 좋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아베 나나는 그야말로 좋은 캐릭터이다. 그리고 어떻게 좋은 캐릭터인가 하면 -- "로켓 같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도대체 왜 로켓이야, 라던가, 그래서 아베 나나의 어디가 어떻게 좋다는 거야, 하는 질문에 앞서서, 아베 나나가 만들어 낸 그 캐릭터의 캐릭터인 '우사밍 성인 아베 나나'에 대해서 잠시 이야기해보자.

 

우사미 성인은 두 가지 모티브가 결합된 캐릭터이다. 하나는 '마법소녀'이고, 하나는 '외계인'이다.

 

'메르헨 체인지'나 '미미밍 미미밍 우사밍'으로 대변되는 '변신 대사', '고정 대사'는 분명하게 마법소녀의 측면을 강하게 의식하고 만들어진 것이다. 이 점은 아베 나나가 드라마 CD에서 "아이돌로 변신하는 마법소녀"를 언급하면서, 마법소녀 크리미마미를 암시한 부분에서도 읽어낼 수 있다. 마법소녀에 대해서도 얘기하면 끝이 없지만, 짧게 말하면, 마법소녀는 변신하고, 변신을 함으로써 기적을 일으키며, 그 기적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무대 위에 오른 아이돌이 그러하듯이, 평범했던 소녀더라도 마법도구를 통해 변신하는 그 순간만큼은 빛나는 존재 혹은 성숙한 존재가 된다. 

 

또 하나는, 아마도 달 토끼에서 따왔을 '우사밍 성인'은 두말할 것 없이 '외계인'이지만, 여기에는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숨어있다. 90년대 아이돌 분위기를 내기 위해 끌고 들어온 '전파'라고 하는 것이 외계인과도 깊이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 전파라고 하는 말을 따지고 들어가면, 이른바 외계인과의 텔레파시를 통한 교신이나 번역을 뜻하는 "채널링"이란 단어와 연관된다. 2ch 유저를 부르는 '챤넬라'라는 말은 여기서 따온 것이며, 국내에선 '빵상 아줌마'가 아마 가장 유명한 사례일 것이다.

 

80년대나, 90년대 초반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 당시에 '우주'란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를 갖고 있었다. 아니, 우주 여행이란 처음부터 그러한 의미를 갖고 있었다. 인류 우주 비행의 아버지이며, 로켓에 대한 최초의 학술적 논문을 썼다고 여겨지는 콘슨탄틴 치올콥스키는, 그 업적과 달리 굉장히 '전파적'인 인간이었다. 그는 인류가 우주로 나가면 에너지 체와 같이 되어 불멸을 얻을 것이며 완성된 존재, "빛나는 인류"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아이작 아시모프같은 SF 작가나, 건담의 뉴타입 개념도 이와 분명히 연관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주로 나간다는 것, 외계인과 접촉한다는 것, 그것은 알지 못하는 영역으로 나아가 인류를 한 단계 더 높게 도약시키는 것을 의미했었다. 그리고 그러한 외계인과 접촉하여 그들의 말을 수신하고 번역하는 과정이 바로 '전파'인 셈이다.

 

그것이 어떤 변화 과정을 거쳤는지, 혹은 속화된 것에 불과한지는 몰라도, 적어도 '우사밍 성인 아베 나나'란 캐릭터에게 있어서 이 세 가지 [아이돌 - 마법소녀 - 외계인]이란 요소가 복합적으로 합쳐져서 존재한다. 그리고 이 세가지의 공통점은 바로 '상승의 꿈'이다. 그것은 '무대'를 오르는 것이거나, '변신'하는 것이거나, '수신'하는 것이나, 어찌되었거나 인류를 한 단계 더 높은 존재로 "상승"시키는 것들을 의미하고 있다.

 

여기서 아마 논지를 슬슬 눈치 챈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럼, 우사밍 성인에서 '아베 나나' 전반으로 이야기를 돌려보자. 단순히 우사밍 성인임을 주장하는 캐릭터라면, 그것은 '꿈'만을 그려낸 캐릭터일 것이다. 하지만 '아베 나나'란 캐릭터에게는 그 '꿈'을 꾸는 이유와, 그 '꿈'을 강하게 잡아끄는 '중력'이 존재한다. 이 부분은 이세계를 모방하려고 드는 '칸자키 란코'란 캐릭터하고도 연관이 깊지만, 아베 나나에게 있고 칸자키 란코에게 없는 것이 바로 '중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인류로 태어나서 도무지 어찌할 수 없는, '나이 듦', '노쇠'라는 것이다. 더 넓게 말하면 '죽음'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인류는 생명으로, 단순히 죽음을 향해서 나아가는 존재이다. 치올콥스키가 인류의 단계 상승으로 불멸을 입에 올렸던 것과 같이,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졌으면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힘을 꿈 꿔온 존재들이었다. 그것은 마치 저 하늘로, 저 우주로 가고 싶어도 지구에서 태어나 지구란 중력 우물에 매여있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로켓이란 개념을 개발해냈다. 이것도 아주 짧게 말하면, 엄청난 양의 가스를 아래로 분사해서 땅을 내리치고, 그 반작용으로 대기권을 벗어나고, 그 뒤로는 하나하나 무게를 덜어내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기술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아베 나나란 캐릭터와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아베 나나란 캐릭터는 무언가를 얻는 것이 아니다. 영원히 변치 않을 꿈에 도달하기 위해, 그리고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인 '중력'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자신을 버려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캐릭터인 셈이다. 어른으로써의 자신이나, 생활인으로써의 자신은 '아이돌'이란 이름의 꿈을 위해서 버릴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마법소녀"라기엔, 그리고 "빛나는 인류"라기엔 너무나도 처절한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즐겁게 웃으면서 나아가는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다. 작은 몸에 있는 에너지를 전부 소비해 땅을 내리치고, 하나씩 하나씩 자신이었던 것을 잃어가며 도약하는 아베 나나. 

 

처음에도 말했지만, 캐릭터는 욕망을 갖고, 장애물에 만나, 갈등을 계속할 때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아베 나나란 캐릭터는 이미 그 캐릭터 자체가 드라마를 안고 있는 셈이다. "상승"과 "중력"이란 모순의 긴장 속에서 이 "로켓 같은 캐릭터"는 유머러스하게, 동시에 처절하게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도록,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이다.

 

사람들은 더 이상 별을 보고 외계인을 꿈꾸지 않는다. 사실 그것은 이미, 80년대 사이버 펑크의 출현과 함께 종말된 꿈이다. 외부는 실은 내부에 있었다는 것, 그렇기에 더더욱 외부는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 그럼에도, 비록  픽션일지라도, 그 가치를 체현하는 아이돌 캐릭터가 있다. 그것이 아무리 낡은 것이라고 할 지라도, 그것의 눈부심만큼은 어떤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다시 꿈을 꾼다. "상승"의 허망한 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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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망치니까 미쳐감

아베나나 총선거 2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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