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6 23:42

그 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Ano hana, 2011)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는 나가이 타츠유키 감독과 토라도라의 제작진들이 다시 모여서 만든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나가이 타츠유키 감독의 작품이니만큼 청춘물이기도 합니다만 여태까지와는(<토라도라>, <어떤 과학의 금서목록>) 달리 원작이 없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겠군요.

  <그날 본 꽃>의 스토리는 히키코모리처럼 살고 있는 고등학생 야도미 진타 앞에, 어릴 때 죽었던 소꿉친구 혼마 메이코(이하 멘마)가 "친구 모두가 아니면 들어 줄 수 없는 소원"을 들어달라며 유령으로 등장하는 걸로 시작합니다. 닷핵퀀텀에서 했던 "눈 감고 읊어볼까요?"란 비아냥을 떠올리는 분들도 꽤 되시겠습니다만, 여러분이 예상한대로 이야기는 전형적인 일본식 청춘드라마로 흘러갑니다. 어렸을 때, "초 평화 버스터즈"란 이름으로 놀고다녔던 어린애들이 청소년이 되어서 다시 모여서 어떤 일을 성공시키고자 노력하는 이야기지요.

  하지만 이야기는 따뜻하게만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인 청춘물보다는 훨씬 더 깊은 편이지요. 초 평화 버스터즈의 인물이 떨어져 살게 된 것은 단순히 어쩌다 보니, 가 아닙니다. 죽어버린 멘마가 계기가 되어서 멀어진 건 사실이지만, 각자 인물은 나름의 컴플렉스와 고민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컴플렉스와 고민들은 등장인물들끼리의 관계에 갈등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지요. 일반적인 일본 청춘드라마와 달리 외부세계가 아니라 등장인물들끼리의 감정이 가장 큰 장애물인 셈입니다. 멘마가 바랬다고 생각한 프로젝트는 착착 진행되가고 있지만 모두가 다른 꿍꿍이를 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일본 청춘드라마에서의 클라이막스라고 생각될 부분이 무너져내리면서 이야기는 진짜 클라이막스를 향해갑니다. 

  A-1 프로젝트의 스태프가 참여해서 그런 것인지, 나가이 타츠유키 감독의 스킬이 더 발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편집과 디테일, 연출에 있어서 모두 <토라도라>보다 한층 발전된 느낌을 줍니다. 특히나 미묘한 감정조절을 아주 잘 해내고 있습니다. 유키아츠의 비밀은 아주 충격적이어서 오히려 웃음거리가 되기 쉬운데 그런 점을 연출로 잘 막아주고 있습니다. 매화마다 멘마가 우는 씬이 들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그렇게까지 신파조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죠.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화가 실망스러운 편입니다. 나가이 타츠유키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 여운만을 남기고 답을 피해가는 것이나 무조건적인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걸 <그 날 본 꽃>만의 엔딩에서 아주 적극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것과 좋은 표현을 하고 있다는 것은 다릅니다. 유독 마지막화만 지나치게 노골적이고 감정이 과잉되게 그려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러고보니 이 감독의 전작도 마지막화만큼은 이런 식이었지요.

  하지만 다른 애니메이션들이 안이한 결말로 중요한 문제에 답을 내놓는 것에 비하면 분명 훨씬 나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12/11/06)


별점
****



*야도미 진타의 독백이 좀 많은 편입니다. 좀 심하다 싶은 수준은 넘지 않지만, 아슬아슬하죠. 노켓몬정도는 괜찮지만 일본문화에 밝지 않으면 모를 노스탤지어적인 요소도 좀 있습니다.

덧글

  • 글로리 2012/01/07 11:22 # 답글

    마지막회에서 많이 아쉽지만 어쩔수 없지 정도의 감상.
  • 애슬론 2012/01/15 16:13 # 삭제 답글

    마지막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만이 블루레이를 구입합니다.. 난 정말 목놓아 울었다구 엉엉
댓글 입력 영역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