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1/06 23:15

슈타인즈 게이트 (Steins; gate, 2011)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슈타인즈 게이트는 한국에서는 미연시, 일본에서는 비쥬얼 노블이라고 불리는 스토리 위주의 텍스트 어드벤쳐 게임이 원작인 애니메이션입니다. 

  슈타인즈 게이트의 이야기는 이것저것의 짬뽕입니다. 토라도라의 리뷰에서 제가 말한 버라이어티로써의 청춘물이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슈타인즈 게이트의 좋은 점은 이것들을 응집력있게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지요. 기본적으로 미연시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만, 각자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단순히 모에함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각자 나름의 사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건 깊기도하고 때로는 얕게 스쳐지나가기도 하지만 작품을 이끌어가는데는 충분하지요. 그리고 이들을 하나로 모이게 하여 움직이게 하는 거대한 메인스트림은 SF 미스테리이자 음모론인데, 이것또한 오타컬쳐의 하나인 중2병 속성을 주인공에게 부여함으로써 매끄럽게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하면, 조금 스포일러지만, "아키하바라에서 모에가 사라졌어"라는 대사가 우습지 않게 들리는 작품이랄까요. 동시에 이 SF 미스테리와 음모론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는 청춘물에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이 마지막 화에 하는 대사들은 금방이라도 청춘물에서 튀어나온 독백같습니다. 게다가 이런 청춘물, 이런 SF 미스테리는 역시 미연시가 어울리지요. 여러모로 굉장히 잘 비벼놓은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은 이들의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원작을 아주 빠른 속도로 따라갑니다. 애니메이션이라면 자주 있을 애니메이션만의 에피소드 같은 건 있지도 않습니다. 쉬워갈 틈이 없으니까. 때로는 숨가빠보이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속도감을 잃지 않습니다. SF 미스테리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속도감은 중요합니다. 사람들을 몰입시키는데 충분하지요. 그러면서도 슈타인즈 게이트 내의 랩멤버들의 일상을 잘 캣치하는 편입니다. 특히나 오카베 린타로와 시이나 마유리의 관계를 묘사하는 건 직접적이지 않으면서도 아주 효과적인 게 많은데요, 이게 후반의 오카베 린타로의 사명감을 시청자들에게 감정이입시키는데 중요한 요소라는 걸 알면 아주 계획적으로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지요. 뿐만 아니라, 이런 개별 에피소드들의 연출 역시 잘 만들었습니다. 일상 부분은 최대한 과장되지 않고 사소하지만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다면 메인스트림인 SF 미스테리 부분은 그야말로 폭발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뻥뻥 터뜨리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심리묘사에도 집중하고 있고요. 이런 연출들이 모두 따로놀고 있지 않다는 점도 좋습니다. 예시로 22화에서는 이런 점들이 모두 합쳐져 있지요. 

  잘 만든 원작에 밸런스가 잘 잡힌 좋은 편집의 명작입니다. 개인적으론 주제에 있어서 23화, 24화의 경우는 좀 사족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 장르가 하다보면 나오는 함정에 사로잡힌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그렇게까지 기분나쁘다거나 안이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SF 미스테리에 있어서도 그렇게까지 논리를 비약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논리를 이용해서 풀어내고 있고 여태까지의 주제를 생각하면 어느정도 납득은 되는 결말이니까요. 어찌보면 그런 단점까지 포함해서 이 장르의 완성을 이룬 작품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12/01/06)


별점

****(4점만점)




*조금 힌트를 드리면 운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12년의 직전이라서 그럴까요, 2011년에는 운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 많아졌습니다. 새로운 세기말이란 느낌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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